경전

般若心經반야심경

39구절

어떤 책인가요

260자로 된 짧은 경전. 눈에 보이는 것과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둘로 나누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옮겨 적을 수 있도록 나누어 두었다.

반야심경의 반야는 지혜를, 심은 핵심을 뜻합니다. 그 이름대로 지혜를 다룬 방대한 경전들의 알맹이를 추려 담은 글로 읽혀 왔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외는 본은 당나라 승려 현장이 649년에 한문으로 옮긴 것으로 전합니다. 첫머리에는 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인 관자재보살이 나오고, 끝은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시작하는 주문으로 맺습니다. 절에서는 예불이나 법회 때 여럿이 함께 소리 내어 이 경전을 읽습니다.

이럴 때 펼치면 좋아요

머릿속이 복잡하고 뭐가 진짜인지 헷갈릴 때. 짧은 편이라 사경을 처음 할 때 부담 없이 시작하기 좋아요.

원문과 해석

舍利子

사리자

사리자여

지혜로 이름난 제자 사리자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중요한 이야기는 이름을 부르는 데서 시작됩니다. 단체 공지는 흘려 읽어도 내 이름으로 온 연락은 다시 읽게 됩니다. 옛 경전도 알고 보면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건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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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卽是色

공즉시색

비어 있음이 곧 형상이다

비어 있음은 텅 빈 무엇이 아니라 지금 눈앞의 이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는 말입니다. 네 글자 성격 유형에 나를 맞춰 두어도 실제로 사는 일은 매일 그 칸 밖으로 삐져나옵니다. 고정된 틀이 없기 때문에 오늘의 표정과 말투와 걸음이 그때그때 새로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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舍利子

사리자

사리자여

제자 사리자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모든 것의 참모습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자리입니다. 꼭 해야 할 말을 단번에 완벽하게 하려다 끝내 입을 떼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중요한 말일수록 한꺼번에 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숨을 고른 뒤 상대의 이름을 다시 부르고 남은 말을 이어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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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增不減

부증불감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체중계에 올라가면 숫자 하나가 그날의 기분을 정해 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재는 것은 무게까지이고, 나라는 사람은 그 눈금 위에 올라가 있지 않습니다.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는 말은 참모습 쪽에는 애초에 눈금이 없다는 뜻입니다. 오늘 숫자가 어느 쪽이든 나는 그만큼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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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眼界 乃至無意識界

무안계 내지무의식계

눈이라는 영역도 없고, 뜻으로 아는 앎이라는 영역까지도 없다

보고 듣고 아는 일을 열여덟 갈래로 나눈 목록을 첫 갈래인 눈과 끝 갈래인 뜻으로 아는 앎만 남겨 줄였습니다. 어느 갈래에도 고정된 실체가 없다고 말합니다. 걱정이 가득하면 같은 줄을 세 번 읽어도 글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앎도 눈과 글자와 마음이 함께 맞아야 일어나는 일이라, 그런 날은 셋 중 하나가 잠시 빠졌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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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無罣礙

심무가애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다

대화는 끝났는데 말 한마디가 며칠씩 마음에 걸려 있을 때가 있습니다. 가애는 그물에 걸린 듯 넘어가지 못하는 그 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걸림을 만드는 것은 그 말을 자꾸 꺼내어 다시 읽는 손입니다. 걸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서 풀림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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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無上呪 是無等等呪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위없는 말이고 견줄 데 없는 말이니

위없고 견줄 데 없다는 말은 이 지혜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찬탄입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나란히 놓고 순위를 매기다가 더 나은 것이 보이면 갈아탑니다. 비교의 맨 끝에 둘 하나가 정해져 있으면 나머지 앞에서 덜 흔들립니다. 지금 그 자리에 무엇을 두고 있는지 물어보게 하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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能除一切苦 眞實不虛

능제일체고 진실불허

온갖 괴로움을 없애며 참되어 헛되지 않다

괴로움을 없앤다는 말은 골칫거리를 대신 치워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잔소리도 시험 기간에 들으면 견딜 수 없다가 한가한 날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달라진 것은 그 말이 아니라 말을 받는 쪽의 자리입니다. 헛되지 않다는 다짐이 붙은 것도 그 자리가 실제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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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說般若波羅蜜多呪 卽說呪曰

고설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그러므로 이 지혜의 주문을 들려주니, 곧바로 주문을 이렇게 말한다

지혜를 크게 기린 반야심경이 이제 그 주문을 들려주겠다고 알리는 대목입니다. 곧 이륙한다는 안내가 나오면 웅성거리던 기내가 조용해지고 저마다 자리를 고쳐 앉습니다. 무엇이 올지 먼저 들으면 흩어져 있던 마음이 한곳으로 모입니다. 걸기 망설여지는 전화가 있다면 첫마디를 속으로 먼저 한 번 말해 보아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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