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金剛經금강경

17구절

어떤 책인가요

붙잡지 않는 마음에 대한 경전. 무엇이든 손에 쥐면 그것이 다시 짐이 된다는 말이 여러 방식으로 반복된다.

금강경은 부처와 제자 수보리가 주고받는 문답으로 이어집니다. 한문 번역은 여섯 가지가 전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주로 읽는 것은 5세기 초 구마라집이 옮긴 본입니다. 지금 흔히 보는 금강경은 서른두 단락으로 나뉘어 있고, 이렇게 나눈 이는 중국 양나라의 소명태자로 전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종단의 헌법에 해당하는 종헌에 이 경전을 근본으로 삼는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이럴 때 펼치면 좋아요

무언가를 놓지 못하고 자꾸 돌아볼 때. 지나간 일에 미련이 남을 때.

원문과 해석

凡所有相 皆是虛妄

범소유상 개시허망

모습으로 드러난 것은 모두 참이 아니다.

이력서 한 장에는 학교와 회사 이름만 남고 그 사이의 시간은 통째로 빠집니다. 그 한 장이 나를 다 말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써 본 사람이 가장 잘 압니다. 드러난 모습이 참이 아니라는 말은 남을 볼 때도 같은 셈을 하라는 뜻입니다. 눈에 잡힌 것만으로 결론을 내면 늘 절반쯤 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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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모습을 모습으로만 보지 않으면 곧 참을 본다.

무뚝뚝하다고 접어 두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낯을 심하게 가렸을 뿐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 잡힌 모습 하나를 그 사람 전부라고 정해 버린 것입니다. 드러난 모습을 모습으로만 보지 않을 때 비로소 참을 본다고 이 구절은 말합니다. 한 번 더 볼 여지를 남겨 두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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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이슬 같고 번개 같으니, 이렇게 보아야 한다.

아침 이슬은 해가 뜨면 마르고, 번개는 한순간 번쩍이고 사라집니다. 세상일도 그렇게 짧게 머물다 간다고 보라는 말입니다. 그토록 길던 여름이 어느새 끝나 있듯,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제 시간을 다하면 지나갑니다. 지나갈 것을 지나가게 두면 마음에 눌린 자국이 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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若以色見我

약이색견아

모습으로 나를 보려 하거나

겉모습으로 자신을 찾지 말라고 부처가 이르는 금강경의 한 대목입니다. 사진만 보고 찾아간 방이 실물과 달랐던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정말 중요한 것을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이든 일이든 모습은 입구일 뿐이어서, 그 너머까지 들여다봐야 비로소 만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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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音聲求我

이음성구아

소리로 나를 찾으려 한다면

부처를 목소리나 소문으로 찾으려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좋은 강연을 몇 개 듣고 나면 그 사람의 삶까지 다 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귀에 담긴 것은 잘 다듬어진 몇 마디이고 사람은 그 바깥이 훨씬 넓습니다. 들은 것으로 다 알았다고 접어 두면 만남은 거기서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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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能見如來

불능견여래

참된 것을 보지 못한다

눈과 귀에 잡히는 것만 좇다 보면 정작 참된 것을 놓치게 됩니다. 공연 내내 휴대폰으로 녹화만 하다가 무대를 한 번도 눈에 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남기고 챙기는 사이에 실물이 지나가 버립니다. 오늘 하루 한 장면쯤은 아무것도 거치지 않고 그저 바라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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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在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

지금의 마음도 잡을 수 없다

장바구니에 담을 때는 꼭 필요하던 물건이 결제 직전에는 시들해질 때가 있습니다. 몇 분 사이에도 마음은 벌써 다른 쪽으로 옮겨 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마음 역시 붙잡아 고정해 둘 수 없습니다. 가장 확실해 보이는 판단도 몇 시간 뒤에는 다른 자리에 가 있으니 급히 못 박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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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尙應捨 何況非法

법상응사 하황비법

가르침조차 놓아야 하거늘 하물며 그 밖의 것이랴

강을 건넌 뒤에도 뗏목을 어깨에 지고 가는 사람을 떠올리면 이 말이 쉬워집니다. 나를 건너게 해 준 것도 다 건넌 다음에는 내려놓아야 짐이 되지 않습니다. 좋은 가르침이 그럴진대 다른 것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때 나를 살린 방식이 지금은 나를 조이고 있지 않은지 이따금 살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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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我相 無人相 無衆生相 無壽者相

무아상 무인상 무중생상 무수자상

나라는 규정도, 남이라는 규정도, 무리라는 규정도, 오래 산다는 규정도 없다

우리는 편하려고 나와 남 사이에, 우리와 바깥 사이에 금을 긋습니다. 그런데 금이 하나 그어질 때마다 지켜야 할 것도 하나씩 늘어납니다. 이 구절은 나이든 소속이든 언제까지나 이대로일 나라는 믿음이든 그 금들이 원래 없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나씩 지울수록 사람이 설명보다 크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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所謂佛法者 卽非佛法

소위불법자 즉비불법

가르침이라 부르는 것은 곧 가르침이 아니다

악보를 통째로 외운 사람과 그 곡을 실제로 연주하는 사람은 다릅니다. 가르침이라 부르는 것도 그 이름 자체가 가르침은 아니라고 이 구절은 말합니다. 이름을 잘 아는 일과 그것을 살아 보는 일은 끝내 같아지지 않습니다. 이름에서 멈추면 실물은 만나지 못한 채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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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來者 無所從來 亦無所去

여래자 무소종래 역무소거

참된 것은 어디서 오지도 어디로 가지도 않는다

참된 것은 어디선가 오는 것도, 어디로 떠나는 것도 아닙니다. 합격하면, 이직하면 그때부터 진짜 삶이 시작될 거라고 미루는 동안에도 삶은 줄곧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날은 택배처럼 배송되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자세를 잠깐 풀면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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